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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좋은시] 살아 있어야 할 이유-나희덕
조회 : 48599        작성자 : 관장님   

      살아 있어야 할 이유

      -나희덕-



      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
     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
     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
     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.

     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
     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
     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.

      한 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
     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
      저물어가는 그대, 그러는 나는

     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.
     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
     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
      이렇게 떨면서라도
     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.

     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
     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.
작성일자 : 2004년 12월 19일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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